라스트갓파더 de la mode


 며칠 전, <라스트 갓파더>를 봤다.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매섭다. 기세가 워낙 격렬하기에 이 모든 이슈를 노이즈 마케팅의 일부로 여기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각기 자기 취미에 맞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지 굳이 남들을 헐뜯을 필요는 없을 것인데 어쨌거나 누구나 한마디씩 끼고 싶을만큼의 영향력이 과연 어떨는지 궁금했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얼마나 형편없는 영화인지 확인하고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매우 허접한 영화는 매우 훌륭한 영화만큼 일정량의 카타르시스를 보장하기 마련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 <디워>와 달리 그가 일생을 바쳤던 정통 슬랩스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나 역시 영구와 땡칠이가 나오는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유머일번지>까지 합하면 코미디언 심형래를 꽤 오래 봐온 셈이다.

 굳이 관람할 마음을 먹은 데는 조금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영화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심미적 관점을 가지며, 창작자 역시 각자의 예술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또한, 현대 예술의 최전방에 선 영화는 그 상징성만큼 대단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수백 편씩 쏟아지는 개봉작의 홍수 속에서, 범람하는 영화라는 장르를 둘러싼, 예의 예술적이고 사변적인 주장에 나는 부쩍 피로감을 느낀다. 복잡하게 얽힌 인간 생태를 탐구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은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연유로 나는 죄의식이나 자의식 말고 <유머일번지>가 방영되던 주말 오후의 느긋함이나,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어떤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끊이지 않는 작품 내/외적인 논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철학을 이어갔다는 심형래 감독 영화 인생의 노력과 결과가 궁금했다. 그렇다면 폭소를 하든 실소를 하든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세트, 의상, 플롯 등이 기대 이상이라고 느꼈던 것은 이 영화의 '내부'에 대해 힐난하는 꼴을 셀수없이 많이 본 탓에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일는지 모르겠다. 요컨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인데, 영화가 묘사하는 시공간을 살아본 일이 없는 나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기대했던 것만큼 엉망진창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라스트 갓파더>에게도 다른 영화처럼 동등한 '작품'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준다면, 허구를 전제한 작품을 현실 고증의 잣대로 폄하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평단은 만장일치로 <라스트 갓파더>를 쓰레기 영화라고 칭하며 고증 실패가 최소한의 감상마저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악명을 누리기에도 조금 부족한 작품이다. 배신감이 들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재미 있었어? 없었어? 단순하게 양자택일을 하라면 한마디로 영화는 재미 없었다. 그러나 늦은 시각임에도 자리를 채우고 있던 몇몇 관객이 이따금씩 폭소를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개그코드가 맞지 않았을 뿐 누군가에게는 청량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한 영화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주관적인 기준을 근거로 열등이라는 낙인을 찍어 옹호자를 수준 이하라 비난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아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작품 내부에 있지 않다. '심형래 옹호론자'들은 단지 자신의 취향이 무시당하고 자존감이 짓밟혔기 때문에 구름 위의 평론가들에게 항변하는 것이요, 그들을 덮어높고 국수주의자니 아름다움을 모르는 몰취향한 대중으로 여겨서는 안될 것이기에, 또한 논쟁을 작품 외부에서 이어가고자 한다면 또한 작품성에 대한 비난 역시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이 영화는 결국 환갑을 목전에 둔 원로 희극인의, 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 연기로 대표되는 '영구표 코미디'를 총 망라하고 있다. 과거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결코 발전했다고 볼 수 없는 내용과 전개에서 혹자는 '클래식'을 읽었을 수도 있다. 나는 스크린을 통해 전해졌던, 그의 눈빛에 깃든 열정과, 대체로 요령이 좀 없었던 코미디언의 몸짓 , 자신의 방법으로 인정받겠다는 집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마, 슬프게도 코메디언 심형래를 다시 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지나간 시대를 추억하는 <라스트 갓파더>는 관객마저도 그렇게 지나간 시대를 향한 감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