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외재초월과 동양의 외재초월 works

 ‘초월’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동양과 서양의 철학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신유가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서양의 전통적인 ‘외재초월’에 대비하여 중국 철학을 ‘내재초월’의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홀과 에임스(David L. Hall, Roger T. Ames) 에 의해 비판받기도 하였으나, 대체적으로 학술계의 지지를 얻어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홀과 에임스는 이러한 방법론에 대해, 중국 전통 사상에는 엄밀히 말해 초월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중국 철학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고, 나아가 그 독자성을 말살한다고 지적하였다. 다시 말해, '초월'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양의 이원론적 사유 체계의 산물이고, 이를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동양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서양의 사고방식을 통해 동양을 바라보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통한 설명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까닭은 서양의 초월 사상을 통해 동양, 특히 중국 철학에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 중국 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이러한 전제 하에서, 어떻게 초월 개념을 통해 서양과 동양의 철학을 각각 설명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리는 ‘초월’이라는 개념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홀과 에임스가 정의하는 ‘엄연한 의미에서의 초월strict transcendence’이란 다음과 같다.
 
"A와 B의 관계에서, A가 어떤 의미에서 B의 정의를 설명하는데 필수적이지만, B는 A를 결정하지 못한다면, A는 B를 초월한다고 할 수 있다. 즉, B를 의미와 중요성을 해석하는 데 있어 반드시 A에 의존해야 한다거나, 반대로 A에 대한 해석에 있어 B와 관계 없이도 해석이 가능하다면, A는 B에 대해 초월적인 것이 된다."

 초월이라는 관념을 통해 어떤 사상을 해석하고자 할 때, 이는 필연적으로 이원론으로 이어진다. 전형적인 초월자의 개념은 플라톤의 이데아Idea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동자The Unmoved Mover'와 현실 세계의 관계를 통해 예증될 수 있으며, 이러한 서양 사상의 전통을 습합한 기독교의 신God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신은 세계 만물에 대해 초월적이며 모든 가치는 신에 의존하지만, 세계 만물의 존재는 신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원론적 세계관은 서양 철학의 전통을 형성했으며, 서양 전통을 외재초월적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초월하는 실재'가 인간 주체의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을 외재초월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양 철학은 '내재초월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양 철학을 내재초월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재'란 본래 초월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다. 외재하는 초월적 존재를 상정하지 않으므로, 현상 세계의 인간과 실재는 위계적 질서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동양철학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월이라는 개념을 통해서가 아니라 동양 전통의 일원론적 사유방식과 내재론적 개념을 이용해야 한다. 서양과 대조되는 동양 철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내재론적 사유체계 하에서는 현상세계를 규정하는 법칙(혹은 실재)이 주체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들의 관계 속에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양에서는 초월적 근거에 대해 명징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그 예로, 장자는 “육합 밖의 일에 대해서는 성인도 유보하고 직접 논하지 않는다.(六合之外, 聖人存而不論)”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육합六合이란 사방과 하늘, 땅, 즉 현상 세계를 가리킨다. 이와 같이 동양 철학은 초월세계(道로 대표되는 실재)와 현실세계(현상)의 이원론적 구분이 없다. 장자를 비롯한 동양의 대가들이 실재에 대해 말하지 않는 까닭은, 인간의 인식으로는 초월세계를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세계는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만물을 결정하는 '초월적 근거'는 인간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주체의 실천과 맥락적 근거에서 발현하므로 이를 단지 '내재초월적'이라 설명하는것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동양철학의 실천과 수양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