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 scraps

 며칠 전에 처가에 가서 장모 제사를 지냈다. 어려서는 제사를 더러 지내 봤지만, 커서는 지내는 구경을 처음 했다. 그래서 남의 나라 풍속이나 보듯 눈에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중, 그 중에도 축문이 제일 우스웠다.
 나는 중국 문자에 아는 것이 깊지 못하여, 무슨 글자로 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감소고敢昭告'니, '유세차維歲次'니, 나중에 효자아무개란 한마디밖에는 모두 모를 말이었다. 아마 꼴을 보아, 축을 읽는 그 사람도 뜻을 모르는 것을, 어디서 베껴 가지고 외는 것 같았다. 생각하면, 축 읽는 그 사람만이 우스운 꼴이 아니라, 제를 드리는 효자 아무개도 한학자는 아니라, 축문의 뜻을 알 리 없으니 우스은 꼴이요, 더구나 제를 받는 우리 장모는 내가 알지만, '가갸거겨'는 아시어도, '감소고'니, '유세차'는 모르시는 분이다. 그러면, 누구를 상대로 누가 읽는 것인가? 이게 무슨 우스운 꼴인가!
 그 축문이 설사 훌륭한 글이라 치자. 돌아간 이를 그리는 자식의 애틋한 정을 그대로 그려 놓은 명문이라 치자. 그러더라도 그 자식이 들어 모르고 그 어머니 또한 평소에 모르시던 말씀이요, 옆에서 듣는 모든 사람들이 다 모르는 소리니, 그 축문의 뜻이 어디 가서 사느냐 말이다. 읽는 사람이 억지로 슬픈 소리를 내니 바람 소리보다 나을까!이런 희극은 어쩌다 제사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흔히 본다. 혼인 청첩, 학교 무슨 식날 청첩 모조리 이런 꼴이다. 몇 가지 내놓고 베껴 보면 무슨 '감봉요행사戡奉邀幸賜'니 '번납심행숙차불비煩納甚幸肅此不備'니, '숭지崇祉'니, '차단어안내신상후此段御案內申上候'니, '존가기사광림부송태기尊駕冀賜光臨附頌台祺'니, 무슨 도깨비 소리인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무식한 탓이다. 그러나, 나의 한자 무식으로 탓하는 이는 도리어 엄청난 무식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