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빌어요 de la 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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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오늘 아주 이례적으로 화장을 했고, 치마를 입었다. 정성스레 꾸민 외모는 질척대는 동기들의 조롱을 통해 환기된다. 여자는, 평소에는 털털한 성격이지만 오늘 아주 이례적으로 화장을 했고, 치마를 입었다.
선배와 여자 사이에는 이미 연애를 시작하기 전 으레 겪는 설렘의 과정이, 틀림 없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은 두 명의 선남선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어떤 과정보다 중요한) 형식절 절차를 치뤄야 하는 날이다. 왜냐하면 여자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어 전통적인 남성상은, 저돌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는, 소극적이고 섬세한 신 인류의 등장으로 오히려 희귀해진 상황이다. 선배 역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불여우같다. 여성이, 능동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레쓰비는 (아마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젊은 남여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이미지를 획득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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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본격적인 연애보다 서로에게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는 합의 전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술회한다. 사실 이는 대체로 공유되는 보편적 인식이다. 만남뿐 아니라 이별까지도, 세상의 사랑은 그렇게 참 씁쓸하게도 서로 닮았다. 그리고 이기적인 사회는 그렇게 입에 단 것만 골라 먹는 인간 군상을 배태했다. 어쨌거나 이 '형식적 절차'의 직전을 묘사한 순간의 설렘, 광고가 포착한 달달한 순간은 레쓰비 커피의 달콤함을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같은 흐름에서, 이 둘의 앞날은,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처음 순간과 같을까? 네 개 한 묶음에 900원 하는 레쓰비 마일드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참 가깝고도 먼 장소들이다. 신림동, 노량진, 모든 산 어귀 구멍가게들, 늦은 밤의 학원, 새벽의 인력사무소, 여관에서 우리는 레쓰비를 만난다. 달콤한 첫 맛과 비견되는 찝찝한 뒷맛처럼, 사랑은 그렇게 레쓰비를 닮았다.

어쨌거나
행운을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