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의 선구자들 - 콘라드 피들러(Conrad Fiedler 1841~1895) works

 『예술활동의 근원, Schriften uber Kunst』, 1887

 피들러는 아름다움이 예술의 특징이 될 수는 있지만, 예술의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름다움'이 아닌 예술의 시각성에 주목하면서, 주관을 배제한 '순수가시성'이 오히려 예술의 본질에 가깝다고 봤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예술이, 우리가 본 것을 재현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피들러는 present=현존하는 것을 represent=재현하는 것, 즉 표상하고 재현하는 행위가 인간의 인식활동과 연결되며 그 중 시각이 가장 깊은 연관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피들러는 시각성에 기초하여 예술에 접근할 때,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눈에 보이는 세계
① 사물의 가시적 현상을 형성하는 데 있어 그것과는 다른 성질을 지닌 감각능력에 기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가시적인 것을 언어로 재현하는 것도 무익하다.
② 우리가 대상의 형태에 관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시각과 촉각이 제공하는 정보 사이에서 유동한다. 또한, 형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얻으려 할수록 시각보다 촉각을 신뢰한다. 그러나 이는 시각과 촉각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시각적 특수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미학으로부터 예술학이 독립하는 주요 근거가 되었다.
③ 사물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 즉 언어로 사물의 외형을 설명하는 것은 시지각 자체에서 벗어나 가시적 인상 외 요소를 인식 차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즉, 언어에 의한 표상은 개념 표상일 뿐 감각 표상이 아니다. 따라서 언어를 통해 개념화된 사물을 지각하는 것을 지양하고 순수 가시적 사물과 마주해야 한다.
④ 시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다른 영역으로 전이하는 습관에 저항하여 인식주체의 시각활동을 고립시키고 그 활동으로 공간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다면 세계의 사물은 진정한 의미의 가시적 현상으로 우리 앞에 드러날 것이다. 주관적 지식이나 견해, 느낌이 개입되면 순수시지각은 방해를 받는다.

 촉각과 시각, 눈과 손: 촉각과 시각의 차이를 통해 시각의 특수성을 밝히고 있다.
① 촉각은 감각과 지각을 제공하지만 우리는 촉각 표상 자체를 현실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촉각 표상은 재현이 어렵고 언어화된 촉각은 언제나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촉각 표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힘들다.
② 우리가 어떤 대상의 촉각 표상을 재현하기 위해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만져보는 것뿐으로 촉각 표상을 직접 획득하는 수단은 갖고 있지 않다.
③ 재현은 시각 영역에서는 가능하다. 촉감은 대상에서 분리될 수 없지만, 외관은 대상에서 해방될 수 있다. 가시적인 것은 가시적인 것으로 재현할 수 있다. 특히 주관을 배제하고 시각적 감각에 충실할 때 시각표상의 재현 가능성이 높아지며 시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능력 계발을 통해 전달의 효율을 높이는 일이 가능하다.
④ 개념적 인식은 보편적 조건을 통해 혼란을 질서화하는 작업으로서 언어화가 이 범주에 속한다. 시각적 인식을 옮겨 그리는 과정=representation을 통해 질서를 부여하는 새로운 방법은 감각적 인식에 속한다.
⑤ 손은 눈이 완성한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에서 어떤 새로운 것이 더해져 발전하게 된다. 이는 예술가의 표현 능동을 의미하며 예술의 본질은 창작에 있다.

 예술활동
 예술활동은 시각표상을 능동적으로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주요 활동으로 진리의 감각적 인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관을 배제하고 대상을 직접 마주하는 예술가의 능력은 감각적 인식을 통해 가시적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
 개념적 인식과 직관적 인식은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활동으로서 동일 선상에 위치한다. 예술가와 과학자는 목표=표상을 위해 혼란스러운 자연을 명료하고 풍부한 것으로 발전시키려는 욕구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적 만족의 세계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은 예술의 가치 측면에서 부차적이다. 피들러는 예술 창작에 초점을 맞추고 미학을 부수적인 개념으로 여겼다. 이러한 주장은 후대 형식주의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예술 자체에 관한 독자적 연구의 가능성을 여는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직접 예술학의 개념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예술학의 선구자라 불린다.


 참고문헌
콘라드 피들러, 이병용 역, 『예술활동의 근원』, 현대미학사, 1997
민주식, 「콘라드 피들러에서의 예술활동의 의미와 구조」, 미학 제22집, 1997
송혜영, 「콘라드 피들러의 조형예술론」, 美術史學 제 17호, 200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