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랑을 깨닫게 해준 순간. dearest

 일요일, 길이 막히기 전 상경하기 위해 서두르는 아침이다. 식탁 위에는 밤이 한 바구니 놓여 있었다. 이거, 삶은 거야? 대답은 응, 가져가서 먹을래? 나는 생밤이라면 가져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기다려 봐, 안에 있을 거야.

 샤워를 하고 나오니, 부산하던 공간이 고요하다. 옷을 갈아입고, 챙겨 놓은 짐의 일부를, 차에 가져다 놓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현관을 나서려던 순간, 나는 요란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과 마주쳤다. 그는 양손에, 전부 네 팩의 알밤을 들고 있었다. 어머니였다. 아마도 냉장고 안에 넣어뒀을지도 모르는 생밤을 찾다가, 신선한 새것을 주고 싶으셨는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양손에 들린 밤이 한가득. 뭐하러 굳이 샀어, 서울에도 파는걸. 어제의 나였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와 꼭 닮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듯한 표정. 짐 좀 싣고 올라갈게. 그래.

 나는 그 눈빛이, 나의 사랑이며, 나는 고맙게도,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랐으며, 그와 꼭 닮은 사랑을 베풀 연습을 했으며, 그럼에도, 나의 사랑은 절대 그 이상 갈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침한 성격을 연기하며, 단 한 번도 그의 사랑한다는 고백에, 대답한 일이 없다. 내가 뱉는 사랑의 표현은, 결코 그의 것을 쫓을 수 없기에, 나는 그것으로써, 함부로 한계선을 긋고 싶지 않았다. 라면, 옳은 변명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