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dearest


 세상 많은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 여름은, 오간 데 없이 말끔하다. 아주 오래전에 감았던 필름을, 3개월 전 현상했다. 나는 오늘, 이 얘기를 남기고 싶다. 그날은 무척 무더웠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1시간 늦게 출근하기로 하고, 사진관에 가서 그걸 맡겼다.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결과물을 받았다. 그 속에는 온통 새까만 색뿐이었다. 예상은 했다. 사진을 찍을 때의 감정은, 마음속에 새겨졌지만, 나는 그럼에도, 그 필름 속에 담겼으리라 믿었던, 두 장의 사진을, 꼭 내 것으로 하고 싶었다. 쓴웃음이 난다. 기대했던 물건을 가지지 못했고, 그것은 어떤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난다 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흘러간 추억만큼은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그저 과거일 뿐, 거기에는 특별한 의미를 더할 필요가 없다. 더 불행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현재를 살아야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과거를 향한 추억도 없다. 이 순간 역시, 무신경하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어디에 마음을 기댈 것인가. 아주 옛날에 한 가수가,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라고 주장했다. 썼다가 지울 수 있는 연필로.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그 가사를 찾아봤을 때, 나는 그게 순 엉터리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그렇게 빠져나갈 구멍을 둬서는 안 된다고. 언제나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고.

 오늘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동안 굳게 가졌던 마음을 조금 바꿔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의심한다. 사랑을 연필로 쓴다는 것. 그것도 한 번쯤 깊게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