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상탐지장비:∥ note

 1998년 12월 18일, 국방연구소 2개발본부 소속 황민국 박사는 TV 뉴스를 보다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 날 뉴스는, 우리 해군이 북한이 남파한 잠수정을 격침시킨 전과를 보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화면에는, '국방부 제공'이라고 표시된 흑백 영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었다. 황민국 박사는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그래. 내 노력은 틀린 것이 아니었어..' 국군은 90년대 초, 캐나다에서 열상탐지장비(TOD)를 최초로 도입, 운용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유지/보수를 위한 군수지원상의 문제뿐 아니라, 판매를 알선한 기업에서 공급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린 까닭에, 해당 장비의 확대 편성이 곤란해지자, 정부는 국산화 방향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개발이라는 중책을 맡아, 마침내 최초 계획보다 약 1년 앞선 1996년, 전방 경계부대에 국산 TOD를 실전 배치, 전력화에 성공했다.

 2018년 12월, 고성에 위치한 7881부대 소속 박상민 상병은 밤새 지속된 해안 감시 근무의 끄트머리에서 몰려오는 졸음과 씨름하고 있었다. 작은 경계 초소,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무전기의 비프음과 당직사관의 고른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잠을 쫓기 위해 두 눈을 비비며 화면에 집중해 봐도, 그 속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제 조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철야 근무가 배정되는 날이면 항상 지루함에 몸이 뒤틀린다. 박상민 상병은 잠이라도 깨자는 생각에 야상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꼬깃한 디스 담배가 한 까치 남아 있었다. 근무 시 착용하는 전투조끼를 푼 상태로, 박 상병은 느릿하게 초소 밖으로 나왔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동틀녘 불어오는 매서운 바닷바람으로부터 몸을 녹이려는 듯, 힘껏 그것을 빨아들이고, 내뱉었다. 감시 초소는 철책과 잡목 속에 은폐되어 있었다. 해안 바깥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조다. 초소 남쪽 잡목숲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막사로 이어진다.

 박 상병이 근무하는 해안경비초소는 독립 소대로, 1명의 간부를 포함 총 7명이 독자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 명의 운전병, 한 명의 취사병과 네 명의 TOD 경계병의 편제로, 이들은 각자의 주특기 외에도 부대 운영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 두개쯤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