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날 daily


 일요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오늘은 약속의 날이다. 집 안의 물건을 모두 가져다 버리는 날이다. 오전에는 지난 한 주간 미뤘던 잠을 몰아서 잤다. 그래봐야 한 시간이었지만. 오후부터는 버릴 물건을 정리하고, 하는 김에 청소도 하고, 팔 물건을 중고거래 앱에 올렸다. 그냥 다 싸게 팔았다. 140파운드짜리 운동화는 3만 원에, 160달러짜리 가방은 2만 원에. 덕분에 오늘 다섯 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우리 동네로, 날 보러 찾아왔다. 그리고 다들 현금을 주고 사라졌다. 마지막 거래를 마친 건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출근해야지. 지난 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