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dearest


 어느 날 늦은 밤, 집에 돌아왔을 때, 내 방 기둥 끝에 자리잡은 거미를 보았다. 사실 그것이 거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1센티미터 정도의 몸통에, 3센티미터 가량의 긴 다리가 여럿 달린 그 생명체를 관찰하자니, 그것은 아주 가끔 움직였는데, 나는 그것이 미풍에 흔들리는 건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청소기를 꺼내, 그것을 요령 있게 가두는 데 성공했다. 지금 청소기를 비우자고 뚜껑을 열면, 그것이 갑자기 움직여 내 손을 타지는 않을까, 두려워, 나는 다음날 그러하기로 다짐하고, 잠들었다.

 오늘, 이른 아침 청소기를 비우려고 보니, 그것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통 안에 얽힌 먼지며 부스러기들 사이로 긴 머리카락이 몇 가닥 보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네가 난 자리를 생각했다. 지난 시간이 그리워진다. 지나간,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러나 나는 오늘이 어제보다, 그리고 내일이 오늘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런 감정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간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내 기억속에 남아 살아갈 것이고, 앞으로 내가 마주할, 소중한 경험들이, 결코 그것에 뒤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 이것은 청명한 초여름, 맑은 하늘 밑에서 일어난, 이른 아침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