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관계 works

[ 190517 ]

A는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작은 규모로, 클라이언트가 많지 않은 회사인 데다, 독특하게도 카피 출신의 대표가 있어, A는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한 줄의 문구라도, 뱉어내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A는 평소 좋은 카피란 인간의 보편적 감수성을 사로잡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보편은 스스로, 내면에 귀 기울일 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언어의 힘을 믿는다.

A가 어렴풋이, 장차 글을 짓는 삶을 살고 싶다는, 순수한 충동을 느꼈을 때, 그는 자신의 발상이나 취향이 실은, 대단히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좌절했다. 그러나 곧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평범한 취향을 가졌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는 그렇게 카피가 되었다.

A는 오늘따라 창밖에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쳐다보는 일이 잦다.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그 너머로 구름이 드물게 떠 있다. 덩달아 붕 뜬 기분으로, 그는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

A는 창밖 풍경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천천히 살폈다. 시간이 수십 년 흐른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찰나의 순간만이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파란색, 하늘색, 보라색... 그는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

A는 어제 클라이언트인 B社와의 회식에 참석했다. 여러 대행사가 모여 치러낸, 제법 큰 프로젝트가 끝난 후 보름. 인제야 A가 속한 회사의 차례가 돌아온 셈이다. 그는 거기에서 C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그동안, 전화와 이메일로만 대화하던 사이.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는 사랑에 빠졌다.

A는 시선을 다시 책상으로 돌린다. 그리고 이렇게 써냈다.

우리, 오래 봐요.
그렇게 될 거에요.
난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