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천국 daily

 오전에 출근할 때만 하더라도, 오늘 있었던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체념과 기대와는 사뭇 다른,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그럴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에게, 놀랍게도, 단어 뭉치가 내려왔다. 살포시.

 그것은 서로 얽히고섥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청량한 감정이 담겨 있는, 다정한 말의 꾸러미에 나는 그것을 오전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아련하게, 바스락거리는 의미들이, 읽기를 반복할 때마다 차오른다.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저렇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 말뭉치는 흘러간 옛 시간을 추억하기에 알맞은 것이었고 나는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흡수하듯 읽고, 또 읽었다. 나는 그동안, 이만큼 메말랐다. 놀랍게도.

 나는 항상 생각으로 가득했다. 끝까지 생각해두지 않으면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현실과의 괴리와 맞닥뜨리는 순간 마음과 함께 바스라졌고 가끔 생각과 현실이 지나치게 다를 때면 감정 과잉으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오늘 문득 생각하기에 그건 어느 정도 과거의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내가 연극을 보러 다니거나 헌책방을 헤집고 다니지 않는 것처럼, 나는 조금씩 변해 왔다. 돌이켜 보니 이만큼 멀리 와 있다.

 나는 과거를 후회했다.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위한 최선. 이번에는 내가 아닌 상대를 위한 최선을 생각해 보고 싶다. 그것이 내가, 지난 인고의 시간에 의미를 담는 방법이며 동시에 성장의 증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만약 정신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 나는 여느 때보다도 성장한 내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 어떻게 될까. 어떤 말의 표현도 부족할 만큼,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는 나의 하루는, 예의 말 꾸러미로 가득하다. 좋은 날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