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대 격돌 de la mode

 수박바 녹인 맛이래. 진짜 시원하고 맛있대ㅠ

 처음에는 누가 한 소리에 평소처럼 시큰둥했다. 굳이 마셔보게 된 원인은 무더운 날씨였다. 퇴근하고, 모임이 있어 을지로에서 술을 마시고 밖으로 나왔는데 너무 덥다. 꽤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너무 더웠다. 지하철 역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수박바 녹인 맛이라면 굉장히 시원할것 같고, 곧 집에 들어가니까 조금 달아도 괜찮다.

 수박 블렌디드 하나요. 그런데 품절이란다. 얼마나 인기가 있으면 품절이야? 먹어 보고 싶었는데 못 먹으니까 상당히 분한 기분이 든다. 다행히 스타벅스 수박 블렌디드와 나의 연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금요일, 업무차 인천에 갔다가 시간이 비어 들어간 스타벅스에는 품절이 아니라 주문할 수 있었다. 수박이 재료임을 드러내는 뽀얀 분홍빛 음료에 요거트로 추정되는 하얀 층이 있다. 정말 수박바 맛일까? 나는 점심 시간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면 대체로 수박바를 고르는, 수박바의 팬이다.

 각설하고, 이 음료는 맛이 없다. 찾아 보니 고창 수박이 어쩌고 하던데 요거트 때문인지, 무겁고 느끼한 맛이다.

 오늘은 또다른 수박 음료와 인연이 있었다. 약속시간이 조금 떠서 커피빈에 들어와서, 금방 나갈 거니까 콜드브루 마실까, 하다가, 분홍하고 초록한 광고를 보게 됐다. 이름은 워터멜론 아이스 블렌드. 한 번 시켜봤다. 사실 지금 먹고 있는데, 수박 비린내가 강하게 나서 눈 감고 마시면 오이 간 물 같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수박이 들어간 음료를 먹고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난번에 편의점에서 사 먹은 수박 소다도 그랬다. 수박 본연의 은은한 단 맛과 이름만 들어도 차가운 느낌이 드는 그런 맛은, 없는걸까.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무척 곤란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냥 수박을 사 먹는게 역시 최고의 해답일까.

 올 여름, 수백 대 격돌의 결과는, 승자 없이 패자만 잔뜩이다. 아쉬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