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을지로 daily

 퇴근하고 을지로에서, 술을 마셨다. 무더운 여름밤, 노천에는 열풍이 분다.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섞여 있는 자그마한 자리.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나는 여태껏 남들보다 느린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비교 대상은 언제나 나보다 더 어리지만, 내가 원하는 무엇을 성취해낸 사람. 작은 성공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 세월, 나도 꽤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아마 나는 그들이 갖지 못한 어떤 성과를 냈겠지만 이따금 생각해 보면 남의 손에 들린 성취가 내가 이룬 것보다 더 커 보이는 것이다.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여서, 그럼 나는 애초에 잘못된 선택을 이어가며 살아온 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아쉽기도 하다. 곰곰이 따져 보면 사실 그런 비교를 해서 내게 도움 되는 일도 아닌데.

 인도에서 지낼 때, 어렴풋이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은 비교할 대상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비교했을 때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썩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감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사는 부정적인 습관은, 내가 물리적으로 해외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런 과거의 경험과 느낌을 품고, 비록 다시 한국에 돌아와 과거의 가치관을 다시 따라가고 있지만, 내가 기준이 되는 삶을, 내 결정을 존중하고 그것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은 도무지 어려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