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daily

 계단을 내려갈 때 나는 겁에 질렸다.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가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오늘 광화문에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갈 때가 바로 그런 때였다.

 어느 순간 중심을 잃거나 혹은 제 발에 걸려 계단을 구르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아찔해져서 잠시동안 걸음을 멈춰야 했다. 불 꺼진 오피스타운을 따라 걷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만, 그 달뜬 기분이 여운을 남기며 흐트러질 때쯤 찾아온 유사 공포의 감정이, 모처럼 겪은 평일 밤의 즐거움을 빼앗아 갔다.

 매일, 나는 부지런히 내일의 계획을 세우고 또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그것을 기록한다. 게을리 하면, 모처럼의 소중한 시간이 엉망이 된다. 지난 휴일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식품 주문도 하지 않았고 과일 가게에도 안 갔다. 세탁소에 가겠다고 며칠 전부터 생각했는데 안 갔다. 사진관에 현상 맡기러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하지 않았다. 대신 대청소를 했으니 아주 버린 날은 아니었지만 어느 시점부터 자취방의 형상을 하고 있는 내 공간은, 대청소를 했음에도 예전의 안락함이 사라진것 같다. 베란다가 큰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계단에서 걸음을 멈춰섰을 때 한 생각이었다. 엉망진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