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내리던 비가 그친 날 daily

 퇴근이 조금 늦었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일을 했다. 습관적으로 환승역에서 내렸을 때, 플랫폼에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많이 늦지는 않은 시각. 을지로에 가자.

 을지로 일대를 두어 바퀴 돈 것 같다. 집에 가봐야 일이 신경쓰여 책상 앞에 붙어있을게 뻔했다. 차라리 금요일 밤의 을지로를 산책하자. 그래서 돌았다. 비가 그친 을지로는 늦가을이었다. 포천에서 맞았던 그런 바람이 불었다. 올해 들어 제일 마음에 드는 날이다. 비가 개인 후의 밤거리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떨리고 긴장된다. 나쁜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조금 무섭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모르겠다.

 뭐가 됐든 최선을 다해야지. 어쩌면 퇴근 후에 거기까지 다녀온건 굉장히 나 같은 행동인것 같다, 라고 생각하곤, 어느 작은 골목을 걷다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퇴근 전도, 퇴근 후도 이렇게 소꿉장난같은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