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벚꽃잎을 붙잡으면 daily

오늘 산책을 나갔다가 얄궂은 비를 만났다.

지난번에 나왔을 때 벚꽃이 길을 따라 준비를 마친 것을 보고
그것이 말미안에 만개하여 퍽 보기 좋을것 같아 마음이 들떴다.

생각했던 대로 며칠새 꽃이 피었다가, 수요일 내린 비에 금세 저버렸다.
이제 절반만 남고 흐트러진 꽃잎 후에 솟은, 푸른 잎들이 듬성하다.

나는 산책을 하며 꽃나무를 보고 생각했다.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잡아야 할까 적어도 그런 시늉이라도 해야할까.
봄비가 몰아치기 시작하자 꽃나무가 이어진 길에
얼마 남지 않은 꽃잎이 비바람에 다시 흔들렸다.
일부는 그대로 가지에 붙어 흔들리지만 대개 떨어져 바람에 날리다가 바닥에 앉는다.

나는 조금 두려운 생각이 문득 들어
그 잎을 손으로 잡아채기를 포기하고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듯 그렇게 빗길을 따라
멀리까지 갔다가, 다시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왔다.

4년간의 생활은, 여러가지를, 애초부터 조금 늦게 시작한 나를
더 천천히 걸어가도록 만들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가 있을 때,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
그것이 평소 내가 가진 가치관과 잘 맞는다는 점은 위안이 되지만
그래도 욕심으로 가득찬 나는, 걷지 못할 그 길이, 이미 끝난 선택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