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요리와 집안일과 나 daily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인지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열 시에 일어났다. 비가 그쳤다. 오늘은 9km만큼 운동을 해야 한다. 아차산 둘레길을 정복하면 그 정도 거리가 되지 않을까. 옷을 챙겨 입고 물도 챙겼다. 이번에는 등산화를 꺼냈다. 어제 운동화를 신고 갔더니 의외로 얼음이 녹은 물에 지면도 미끄럽고 바닥의 접지력도 약해 조금 위험했다. 게다가 여름에 등산화를 활용하려면 미리 길을 들여야 한다.

 세상이 비 냄새로 가득하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있다고, 나오는 길에 누가 일러 주었다.

 안 그래도 94 끼고 나왔어. 대답하고,

 한 시간 정도 걸으니 5km 가볍게 돌파. 자양동. 광나루까지 가는 분기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직 새것인 등산화가 말썽이다. 혹시나 해서 슬리퍼나 다른 신발을 챙겨올까 생각하다가, 혹여 문제가 생겨서 걷기 힘들게 되면, 그냥 지하철이나 택시를 탈 요량이었는데, 막상 걱정이 현실이 되자 오기가 생겨 결국에는 평지를 걸어 돌아오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은 인도로, 직선 길이여서 금세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은 2km는 이따 오후에 달려 채우기로 한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청소하고, 마지막으로 세탁기를 돌렸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점심은 나폴리탄 파스타를 만들었다. 사실 아침 겸 점심인데 아마도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이 될 것 같다.

 지난주에 이마트에서 아무거나 집어왔을 때 장바구니에 넣었던 소시지가 어쩐지, 조만간 상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팩은 냉동하고 다른 한 팩을 뜯었다. 어제 사 둔 레이즌 바게트도 한 조각 잘랐고 우유도 컵 가득 따랐다. 아라비아따 소스 뚜껑에 곰팡이가 슬어있었던 점은 불쾌했지만, 놀랍지는 않다. 인도에서 흔히 겪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레시피를 시도해 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편마늘도 양파도 안 넣었는데 이 정도 맛이라니 나는 조금 놀라 이 레시피를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나폴리탄에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아직 없다.

 부족한 도구와 재료로 요리를 하다 보니 영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생채와 양념을 들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간의 도구와 재료만 추가하기로 한다. 파스타 팟, 요리용 집게, 채반, 양조간장, 멸치 분말, 표고 가루, 올리고당, 드레싱 정도는 미리 사도 되지 않을까. 다음 주말에는 딸기 샐러드를 만들고 싶다.

 점심을 먹고 나니 너무 늘어져서, 결국 한 시간 동안 낮잠을 잤다.
 여섯 시쯤, 다시 일어나 뭉그적거리다가 부족한 운동을 나갔다. 3km 걷고, 돌아오는 길에 교회에 들러 기도도 했다.

 교만하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말을 많이 하지 않게 해주세요.

 스스로 다짐한 일도 있었다.

 기도를 마치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집안일이다. 설거지, 빨래 널기, 걸레질을 하고 토요일에 찾아온 세탁물을 정리하고 겨울옷 일부를 보관함에 넣었다. 일을 시작한 김에 침대 위치도 바꾸고 그동안 쌓인 침대 자리 밑도 청소하고, 침대 뒤에 엉킨 전선도 정리하고, 커튼도 전부 묶었다. 묶다가 창틀도 청소했다. 다음은, 어제오늘 산에서 흙이 묻어 돌아온, 운동화와 등산화를 세탁했다. 하는 김에 공기청정기도 청소했다. 빗물 소리가 창 너머로 들린다. 오늘은 조금 습하려나. 보일러를 틀어 두 시간 동안 제습하기로 한다. 이 정도면 더 할 일이 없다. 고단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