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daily


 오늘은 돈을 쓰러 나갔다. 점심 약속 이후에 차려입고 나간 게 아까워, 사고 싶었던 물건들의 실물을 보고, 가급적 바로 사버리고, 확신이 없었던 물건들로 이루어진 목록을 최신화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플레이스테이션. 다음 주는 바쁘다. 마침 북미판 미개봉을 파는 사람이 있길래 전화를 해 봤는데 받지 않는다. 연락이 돌아오지도 않는다. 하릴없이 가까운 명동으로 넘어갔다.

 명동에서 가장 먼저 들른 가게는 유니클로였다. 여섯 벌 정도를 입어봤는데 썩 탐탁지 않아 티셔츠 하나만 집어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ABC마트에 스페리, 하루타와 쯔기를 보러 갔는데, 하루타 로퍼는 일전에 사이즈 실패로 반품한 이력이 있는 물건이었다. 신발을 온라인으로 사는 데 사이즈 실패한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어서, 신어 보고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ABC마트에는 입점하지 않았다. 쯔기의 경우, 모양은 사진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무슨 납덩이를 넣어놨는지 무거워서, 머릿속에서 지웠다. 이에, 스페리는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하루타를 검색해 보니 ALAND에 입점한 브랜드라고 한다. 바로 넘어갔는데 사이즈도, 모델도 없다. 수선 문의도 할 겸 금강에 갔지만, 거기에도 썩 괜찮은 물건이 없었다. 다음은 영플라자 차례였다.
다른 유니클로 지점도 사정은 별 차이가 없었다. 온라인 샵에서 할인 중인 물건이 재고가 부족하길래 혹여 매장에는 없나 싶었는데 그런 행운은 없었다. 다음은 무인양품. 지난주에 인스타그램에서 본 청소기 보관함을 보러 갔다. 차주에나 입고된다고 해서 알람 신청만 해 두고, 요즘 꽤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 양말을 조금 더 사 뒀다. 주말이고 모처럼 번화가에 나왔으니 디저트라도 사볼까,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돈을 써 보려고 했는데 썩 마음에 드는 가게가 없어 실패, 롯데시네마에서 <코코>라도 볼까, 했는데 마침 상영 시간이 기가 막히게 맞지 않아 그것도 실패. 집에 돌아와서 집안일을 좀 하고 나간 가구거리 이야기는 더 쓸 필요도 없다.

 결국, 나는 하루 반나절을 돌아다니고도, 이만 원도 못 썼다. 돈 벌기가 어렵다지만 돈 쓰기도 힘들다. 요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