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취향 dearest


 시상식이 있던 어제 오후 다섯 시, 후속 광고 시안 보고가 있었다. 슬쩍 빠지고 싶었지만, 굳이 들어오라길래 들어갔다. 스무 명가량이 모였고 바로 품평이 시작됐다. 그는 좋게 말하면 꼼꼼한 사람이었다. 단어 하나하나를 붙잡고 세심하게 바꿔 나갔다. 오른편에 선 카피라이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가 이내 풀렸다. 포기가 빠르다. 말씀하시는 것이 모두 옳습니다. A 수석 역시 프로였다. 무슨 말을 뱉어도 깔끔하게 포장해 낸다. 품평이 시작된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선전 사진에 등장할 법한 구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지시는 즉흥적이었고 반응을 즉각적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공을 들여 모든 맥락을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촌부의 취향대로 재구성된 것은, 이미 빛을 잃었다. 안타까운 순간을 목도할밖에. 솔직히 말해서 그런 디테일 좀 바꾼다고 즉각 효과가 반감되고 그런 건 없다. 어쨌거나 따져 묻고 싶어도, 맞설 권위가 내게는 없다. 그게 더 큰 문제다. 그리고 다음 희생자는 나였다.

 밤 열 시경, 평소였으면 하나하나가 짜증 났을, 그런 문제가 한 번에 들이닥쳐, 불평할 틈 없이 일을 쳐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이 모든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들 만큼 큼지막한 한 방이었다. 그가 현장에서 손수 골랐다는 사진 네 장은 전부 쓰레기였다. 도저히 무슨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모를, 어설픈 구도, 맥락이 무시된 피사체, 심지어 엇나간 초점까지. 심지어 사진은 제각각 저마다의 비율로 편집됐다. 쓰레기를 난도질한 셈이니 걸레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지시 사항에서 추론할 수 있는 선택의 기준은, 본인이 돋보일 것. 아아.. 어쨌거나 홍보팀은 새벽 1시까지 그림판으로 사진을 자르거나 주최사의 로고를 어설프게 합성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홍보는 홍보 나름대로 선택한 사진 외에는 한 장도 외부로 내보낼 수 없다는 같잖은 곤조를 부린다. 심지어 그 굳은 신념이 무색하게, 간택된 자료조차 공유하지 않고 퇴근하여, 공식 채널에는 9시간 동안 아무것도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정말 이런 식으로 일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정말이지 큰 착각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심각하다. 매우 심각하다. 옳다고 믿으며 지켜 온 가치가, 발전을 좇는 의욕이, 믿음이, 한순간, 무너졌으며 모든 사람이 히스테릭한 판단에 흔들리는 수동적인 도구로 전락했다. 아마도, 앞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 행사의 질은 급격한 하향세를 그릴 것이다. 이것은 로마, 마야, 명, 어떤 이름을 붙여도 좋을 위대한 성취의 순간들이, 흘러간 과거로 정의되는 순간이었으며, 나는 그렇게 몰락의 시작을 목격했다고 생각했다. 외부의 적을 막아내는 일은 의외로 쉬운 일이었다. 내부의 적으로부터, 예민함으로 상기되는 성채를 지키는 일은 그렇게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