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을 떠나며 dearest


 행사가 끝나면, 나는 텅 빈 그 장소에 남아 무대를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곤 한다. 거기에는 떠들썩한 잔향이 남은 씁쓸함과, 어떤 종류의 가시지 않은 열기가 남아 있다. 그 순간, 비품을 치우고 무대를 철거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또 하나의 기점을 지나, 그간의 노고에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 위해, 마음 속 공간을 정리한다. 이 순간 매번 혼자라는 사실은 늘 씁쓸하다. 하지만, 어쩌면 오히려 혼자였기 때문에, 내 나름의 마무리 작업이 가능했는지 모른다.

 [치즈맥스봉]

 오늘, 캠페인 언론 보도회는 그간 경험한 신제품 론칭 행사와는 달랐다. 내가 PM이라는 사실에서 그렇다. 나는 구름 위에 뜬 말을 받아 목표를 정하고, 달성 방법을 찾고, 방향을 수정하며 계획한 것을 구체화했다. 처음 맡은 역할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 다양한 문제가 있었고 매번 의사 결정이 필요했다. 이 행사를 정말 내가 했냐면, 그건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 행사 후, 동료들이 '이건 네 행사야. 수고 많았어'같은 말을 해줬다. 그러나 어떤 한 사람이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혼자 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동시에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일에 애착이 있었던 걸 보면, 처음으로 내 의지가 알알이 들어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천하장사 소세지만 먹다가 치즈맥스봉을 처음 먹어본 기분. 고소한 치즈 향이 도드라진 캠페인. 예컨대 이런 얘기다. 행사의 큰 틀은 경영층의 의지로써 구현되었지만, 줄지어 이어지는 내외빈의 진지한 연설이 줄지어 이어지는 행사가, 참석자들을 지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같이 개발 중이었던 음악에 안무를 입혀 뮤지컬 공연처럼 꾸며 추가한 것은 내 아이디어였다. 그것으로 연설보다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그 공연으로 내 행사를 기억한다면. 그 결정을 정말이지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아까 전, 무대가 암전되고, 강한 조명 너머로 율동하는 무리의 그림자가 벽에 아로새겨질 때, 나는 무대 한 쪽 구석을 지나다가, 한참동안 그 그림자를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광경은, 무척이나 마음저리는 순간이었다. 오직 나를 위한 순간이었다.

 [주최측의 미숙한 행사 진행으로]

 현장에 나가면, 매번 리허설만 지겹게 보고 본 행사는 놓친다. 행사장 밖에서, 혹은 무대 뒤에서 챙길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행사장 안팎에서, 무대 앞과 뒤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느라 분주했다. 모두가 각자 역할에 정신없이 움직인다.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행사 종료까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어떤 것은 해결하고, 또 어떤 것은 덮어 둔다. 그래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냐고 자문하면, 사실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집요하게, '잘 됐는지 잘못 됐는지 딱 정해서 대답해'라고 채근한다면,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야지 다른 길이 없다. 정말이지, 많은 문제가 있었다. 머릿속에 '주최측의 미숙한 행사 진행으로'라는 말이 맴돌았다. 행사장을 장악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연륜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기회가 주어진 데 감사한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모든게 끝난다. 무대는 텅 비었다. 말로 표현하자면 수십 페이지가 필요할 감정이 아릿거린다.

 언제나처럼 급하게, 다음 일정을 소화할 열량을 확보하기 위해,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입에 마구 쑤셔넣은 다음, 인터뷰와 질의응답을 위해 탈바꿈 준비가 한창인 행사장으로 돌아갔다. 이제 홍보팀의 차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저 뒤에서 큼직한 톱니바퀴를 애써 굴리던 나는, 이제 이 모두를 등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여전히 무대 위는 특유의 열기로 가득하다. 분주함, 긴장감, 증오와 안도. 그들이 조금씩 섞이 공기가, 문 틈 사이로 아주 천천히 빠져나간다. 그 뜨뜻미지근한 공기에 전신이 화끈거린다. 나는 그렇게 행사장을 떠났다. 오늘 하루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