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daily

 해 뜨면 아침 일찍 부산 갈건데 딱 두 시간짜리 일정만 계획한 터라 나머지 긴 시간을 채울 방법이 마련되지 않아 억지로 하나 만들어 보자니 만만한 것이 가장 자극적이고도 즉각적인 맛집 투어라.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다들 좋아하는 맛집 투어를 택한다면 블로그 좀 찾아 들여다 보고 날로 먹을 생각에 기분이 뚠뚠해졌다. 그리하여 네이버를 삼십 분 뒤졌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탈권위를 외치며 모두 민주적 방법으로 말하길, 본인의 입맛이 대중의 평균에 가장 근접하며 심지어 자신의 평가는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 감관이 불필요하게 훌륭하여 객관적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그것 참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정보의 몰개성이랄까 모니터에서 모래바람이 일어 입 안이 꺼끌거리는게 영 밥맛이 떨어진다.
 타지인으로서, 부산 특산품 하면 밀면과 돼지국밥을 떠올리는데, 그 두 종은 사실 돈을 얼마간 내더라도 정말 맛있고 특별한 식도락이 된다기보다는 그냥 내 기준으로 상식 이하의 가격으로 상식 이상의 양을 흡입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음식이라. 그러므로 뭘 더 맛있는걸 찾겠다는 시도 자체가 불필요한것 같다고 판단. 게다가 애초에 한 지역을 오랜 시간 살면서 축적했음이 마땅한 경험을 몇 번의 키보드질로 날로 먹겠다는 내 심보를 새삼스레 반성하게 되면서 타지인이면 타지인 답게 행동하자는 무슨 자기기만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럼 내일 그냥 동선에 맞춰 가게를 선택. 부산에서 가장 유명하여 소위 '3대 돼지국밥'의 하나로 손꼽혔으나 창업자가 물러난 이후 가업을 물려 받은 2대, 아들의 치세가 시작된 이래 복잡한 가정사, 이에 따른 맛의 저하, 설상가상 테이블 회전에 목매달아 불친절함으로 대표되는 서비스의식의 실종 대략 삼중고를 겪고 있으나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아직까지 점심 시간만 되면 문전성시에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대연동 쌍둥이 돼지국밥 건너편에 있다는 사람 없는 집에 가서 수백 한 그릇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