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Z, 2013 de la mode

 정확히 1주일 전 보았던 <월드워Z>, 나는 감히 이 영화의 장르를 포르노라고 정의하고 싶다. 혹은 펩시 브랜드의 두 시간짜리 CV라고 할 수도 있겠다. 푸코의 정의에 따르면, 포르노는 플롯 사이의 전개가 불필요하게 지연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월드워Z>는 도입부터 결말까지 4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각 단계는 지역의 변화와 궤를 함께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적 내러티브를 특징으로 하는 '4형식'과 달리, 이 작품에서 '4'는 단순히 물리적인 지역간 이동에 한정되며 각 단계적 변화는 플롯과 무관하게 오로지 관객의 긴장감 조성을 위해 할애되었다. 또한, 서사 전개에 차용된 핵심 원형은 오뒤세이아 류의 'homecoming'인데, 순환논증의 오류로 얼룩진 것이 아주 역겹기 짝이 없다. 이는 곧 최소한의 심리적 동인 및 당위를 모조리 클리셰로 채워넣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태적 형식을 고안함으로써 목적한 것은, 짐작컨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나 관객을 극한의 긴장상황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매 장면이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줬다거나 긴장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렇게도 말 못하겠다. 지연된 긴장의 해소는 오히려 극한의 지루함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재난물인가. 혹은 좀비물인가. 혹은 다른 무언가인가.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추세가 심히 안타깝다. 오로지 상업적 목적을 위해 엉터리로 만든 작품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