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dearest


 재작년 이맘때쯤, 지금은 없어진 후문 까페에 앉아 친구가 쓴 글에서 비문을 찾았다. 주술 호응이나 오탈자를 찾는것뿐 아니라 독자로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표현이나 주제의 명징함까지 조언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막중한 책임을 가진 일이었다. 적어도 나는 내 역할이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꽤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처럼 까페 의자에 어정쩡하게 엉덩이를 걸치고 있어서는 안될것 같은 중압감마저 느껴졌다. 친구는, 그 날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위해 신문사에 보낼 원고를, 마지막으로 검토하자며 나를 찾았다. 비장한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A4용지 스무 장 남짓한 분량으로 써온 그것의 의미는, 단순히 달포간 써내려간 소설가 지망생의 응모작이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듣고 보고 경험한 그가, 그동안 진지하게 고민해온 주제를 그때까지 닦은 글솜씨로 연마하여 내 놓은 것이었다. 과거가 담겨 있고, 미래를 그리는 글이 이 종이에 담겨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종이 뭉치가 무겁게 느껴진다. 부담스럽다. 복잡한 감정이 하나씩, 머릿속을 스쳐 간다. 나는, 당시 사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 자리에 앉아, 숫제 지면을 까맣게 칠해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