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ific Rim, 2013 de la mode

 유년 시절 <울트라맨>으로 대표되는 괴수물, 특촬물을 보며 자란 나는, 그 당시 느꼈던 유희를 재현하고 싶은 아련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퍼시픽 림>을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란 점을 상기하면, 이런 추억이 대단히 개인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감독의 이름과 '거대 로봇, 거대 괴수'라는 소재처럼 단편적인 배경 지식만 가지고 imax 판을 관람했다. 프롤로그가 아주 훌륭했다. 프롤로그만 놓고 보자면 이 영화는 장르에 충실한 대작이다. 거대 로봇의 상像이 경외로웠고 직선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호쾌하다. 일반 서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내용, 즉 왜 거대 로봇인지, 카이주는 무엇이며 어디서, 왜 왔는지 등의 내용은 자막으로 짧게 처리되거나 다루어지지 않는다. 감각적인 프롤로그가 끝나고 본편으로 들어가면, 농담으로라도 내러티브가 탄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것은 소위 '불편한 서사'와는 다르다. 혹자는 이런 이유에서 이 영화가 수준 이하라고 평가하하지만, 내 의견을 다르다. <울트라맨>으로 돌아가 서사 구조를 뜯어보면, 파괴 행위는 무조건적이고 대응에는 당위가 없다. 적당히 환경 파괴니 자원 고갈이니 하는 원인으로 시작해서 지구 평화니 정의의 실현이니 하는 사족을 붙이지만 사실 그런 이유들은 조커 카드일 뿐이다. 요컨대 가타부타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퍼시픽 림>에 기대했던 것은 압도적인 존재가 펼치는 이질적인 시지각적 자극이었다. 허술한 연결고리와 부족한 부연 설명은 작가나 연출의 역량 부족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견을 가지지 않을 것임이 확실하듯, 그런 맹목적인 구조 역시 추억의 일부분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지나간 시대에 대한 향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