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는 날들은 오늘로 끝 daily

 바쁘다 보니 정신 없다는 생각을 달고 산다. 정리가 안되어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그러니 주변을 돌볼 여유도 없이 내 세계에 갇혀 산다. 말이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 와중에 행복하다. 지난 주 토요일에도 비슷한 생각에 집안 정리를 부지런히 했다. 더이상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주변을 돌볼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오늘도 같은 방법으로 할 일을 해나가면 좋을 것이다. 어제 어지럽힌 집안을 그대로 둔 채로 출근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봄비 오는 날 daily

 봄비 오늘 오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놀았다. 글을 읽었다. 밖을 둘러 보면 온통 초록색이다. 이렇게 봄이 끝나는 걸까. 내일이 입하다. 이제 여름이다. 어제같았으면 겨우내 그렇게 기다린 봄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야속한 마음이 들었을 테지만, 이제는 괜찮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scraps

 참을 수 없는 세계란 어떤 것인가. 불편과 부당, 폭력이 만연하는 세계? 혹은 차별과 빈곤과 착취로 얼룩진 세계? 물론 이런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가리는 세련된 판타스마고리아의 세계에서 배짱 좋게 잠자는 일이 아닐까. 참을 수 없는 세계란 어쩌면 새로움에 대한 강박적 추구에도 불구하고, ‘권태와 무위’ 속에서 ‘항구적인 일상적 진부함의 상태’를 살아가게 하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이런 세계는 사유의 불가능성을 조장한다. 반복되는 삶의 패턴들 속에서 사유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조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아무것도 사유할 수 없는 상태를 사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거, 그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출구는 그때 만들어진다. [167]

퇴근하기 전에 daily

 물을 한 모금, 넘치게 마신다. 물 많이 마셔야지, 생각하면서 한 모금 더 마신다. 글을 한 줄 쓰고 한 모금, 다시 넘긴다. 종일 하는 일 없이 바빴다. 과거에 비해서 그렇다. 4월이 되고 나서는, 무모한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이 없어졌다. 대신 합리적이다. 잊고 있었던 감각이다. 한참 일에 시달리던 지난겨울, 나는 막연하게, 예전에는 회사 다니는 일이 이렇지 않았다고만 생각했다. 그게 뭔지는 거짓말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 다시 회사 생활을 여유롭게 만드는지 말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온 듯하다. 좋은 일이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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