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장르 문학의 계절 daily

 지난 주말에 봄부터 읽던 <왕과 서커스>를 다 읽었다. 지금까지 읽은 동 작가의 소설보다는 무거운 느낌이었다. 이제 새로운 책을 골라야 할 텐데, 역시 지난 봄에 선물 받은 에세이 한 권과 여름에 선물 받은 단편집을 마저 읽기로 생각해 둔다.

 여름에는 너무 기온이 높아 항상 진지 빠진 상태이므로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을 장르 소설을 주로 읽는다. SF나 추리, 로맨스 같은 소설에 손이 간다. 반면 한겨울에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어려운 책을 읽는다. 지난 겨울에는 그런 습관대로 <까마라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겠다고 다짐했는데(그러고 보니 이 책도 선물 받았다.) 당시 회사 일로 시달리느라 책을 읽을만큼 여유가 없었던 나는 그 책을 한 50페이지 정도 읽은 다음, 조바심에 어딜 가든 여유 시간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1권을 차 뒷자리에 태워 놨는데, 그 후로 그걸 읽은 일은 없었다.

 게으름 탓에 벌어진 일이지만 여름이 한창인 요즘 장르 소설을 한 권 끝냈다는 사실에 고무된 나는, 다른 책이 없나 기웃거리는 상황이다. 지난 주에는, 연말 개봉 기대작인 <듄>의 원작 전집을 살까 꽤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말았고, 이번 주 들어서는 이제 요네자와 호노부 가진 책은 다 읽었으니 또 한 권 정도 더 사야 하나 싶어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소시민 시리즈'의 신간 소식을 찾다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출판사 엘릭시르가 문학동네의 장르 문학 전문 레이블이라는 점, '미스테리아'라는 격월간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

 원래 찾아보고자 했던 '소시민 시리즈'의 신간은 올 연말이 되어야할것 같다는 정보만을 얻은 채, 한 번 알아보기 시작한 이상 또 읽을만 한 고전이 없는지 찾아보다 보니, <영웅문> 시리즈도 두고 읽으면 참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알아본 다음, 서점 웹사이트를 닫았다. 오랜만에 새 책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한 데 만족한다. 당분간은 선물받은 책들을 읽으며, 해야할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정신 없는 날들은 오늘로 끝 daily

 바쁘다 보니 정신 없다는 생각을 달고 산다. 정리가 안되어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그러니 주변을 돌볼 여유도 없이 내 세계에 갇혀 산다. 말이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 와중에 행복하다. 지난 주 토요일에도 비슷한 생각에 집안 정리를 부지런히 했다. 더이상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주변을 돌볼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오늘도 같은 방법으로 할 일을 해나가면 좋을 것이다. 어제 어지럽힌 집안을 그대로 둔 채로 출근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봄비 오는 날 daily

 봄비 오늘 오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놀았다. 글을 읽었다. 밖을 둘러 보면 온통 초록색이다. 이렇게 봄이 끝나는 걸까. 내일이 입하다. 이제 여름이다. 어제같았으면 겨우내 그렇게 기다린 봄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야속한 마음이 들었을 테지만, 이제는 괜찮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scraps

 참을 수 없는 세계란 어떤 것인가. 불편과 부당, 폭력이 만연하는 세계? 혹은 차별과 빈곤과 착취로 얼룩진 세계? 물론 이런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가리는 세련된 판타스마고리아의 세계에서 배짱 좋게 잠자는 일이 아닐까. 참을 수 없는 세계란 어쩌면 새로움에 대한 강박적 추구에도 불구하고, ‘권태와 무위’ 속에서 ‘항구적인 일상적 진부함의 상태’를 살아가게 하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이런 세계는 사유의 불가능성을 조장한다. 반복되는 삶의 패턴들 속에서 사유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조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아무것도 사유할 수 없는 상태를 사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거, 그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출구는 그때 만들어진다.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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